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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로그램의 비밀: ‘르 그랑 K’에서 플랑크 상수까지, 질량 정의의 대전환

세상의 모든 썰 2025. 5. 15.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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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그랑 K: 130년간 질량의 기준이었던 금속 실린더



1889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의 질량 측정은 단 하나의 금속 실린더에 의존했습니다. 이 실린더는 국제 킬로그램 원기(International Prototype of the Kilogram, IPK)로, 프랑스 파리 외곽의 국제도량형국(BIPM) 지하 금고에 보관되며 ‘르 그랑 K(Le Grand K)’라는 애칭으로 불렸습니다. 이 원기는 지름과 높이가 약 39mm인 백금-이리듐 합금(90% Pt, 10% Ir)으로 제작되어, 산화에 강하고 밀도가 높으며 자성을 띠지 않는 특성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원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세한 질량 변화를 보였습니다. 100년 동안 르 그랑 K는 약 50마이크로그램의 질량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과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질량의 정의를 보다 안정적인 방식으로 재정의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플랑크 상수와 킬로그램의 새로운 정의



2019년 5월 20일, 세계 도량형계는 역사적인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킬로그램의 정의가 더 이상 물리적 원기에 의존하지 않고, 플랑크 상수(h)를 기반으로 재정의된 것입니다. 플랑크 상수는 양자역학에서 에너지와 주파수의 관계를 나타내는 상수로, 값은 정확히 6.62607015×10⁻³⁴ J·s로 고정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킬로그램은 자연 상수를 기반으로 한 단위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재정의는 키블 저울(Kibble balance)이라는 정밀한 전자기적 장비를 통해 실현됩니다. 키블 저울은 전류와 전압을 이용해 질량을 측정하며, 플랑크 상수와의 관계를 통해 정확한 질량 값을 도출합니다. 이로써 킬로그램은 더 이상 물리적 원기에 의존하지 않고,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기준으로 측정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학의 진보: 인류의 측정 기준이 자연 상수로



이번 킬로그램 정의의 변화는 단순한 단위 변경을 넘어, 과학의 근본적인 진보를 의미합니다. 이제 모든 SI 기본 단위는 자연 상수를 기반으로 정의되며, 이는 측정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과거에는 물리적 원기나 실험 조건에 따라 측정 값이 달라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기준으로 측정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나노기술, 정밀 의학, 우주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발전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또한, 과학자들은 더 이상 파리로 원기를 비교하러 갈 필요 없이, 자국의 실험실에서 정확한 질량 측정이 가능해졌습니다.

르 그랑 K의 은퇴와 새로운 시대의 시작



130년간 질량의 기준이었던 르 그랑 K는 이제 역사 속으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그 역할과 상징성은 여전히 과학계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르 그랑 K는 과학의 발전과 함께한 인류의 노력의 상징이며, 그 뒤를 잇는 새로운 정의는 과학의 진보와 정확성의 상징입니다.

이제 우리는 자연 상수를 기반으로 한 측정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동시에, 미래의 기술 발전을 위한 견고한 기반을 마련해줍니다. 르 그랑 K의 은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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